국경없는 교육가회가 바라본 아프리카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굶주림과 질병,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검은 대륙, 혹은 해외여행기를 담은 TV 프로그램 속 이국적 모습일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교육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해온 국경없는 교육가회(EWB, Educators Without Borders) 구성원들이 몸소 겪고 느낀 다채로운 아프리카 이야기를 뉴스인에서 연재합니다. EWB는 지난 2007년 개발도상국 교육권 확대를 위해 설립된 비정부단체입니다. -편집자주

부르키나파소의 망고 (사진=신주용)

[뉴스인] 신주용 = 한국에 있는 나는 아침에 이불 밖으로 나오기 힘들어 하고 있다. 하지만 와가두구였다면 땀에 흠뻑 젖어 일어날 것이다. 지난해 3월, 하루 최고 기온이 37도를 넘는 부르키나파소의 수도 와가두구에 도착했다. 매일매일 최고 기온이 갱신되었고 이 더운 날씨에 장시간의 정전과 단수가 더해져 적응하기가 더욱 힘들었다. 열악한 환경은 날씨와 생활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카카오톡 사진도 보내기 힘든 통신과 그에 따른 외로움도 있었다.

이렇게 힘든 서아프리카 생활에서 내게 위로와 즐거움이 되었던 것은 부르키나파소를 알아가는 즐거움이었다. 현지인들과 그들의 문화를 알아가며, 이곳에 오랫동안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어려운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부르키나파소의 더위는 3~5월이 최고다. 딸기, 파파야, 자몽 등 과일이 많은 시기이기도 한데 그 중에서도 더위로부터 나를 구원해준 것은 달콤한 망고였다. 망고철은 보통 3월 말부터 6월 말까지다. 우기가 시작되면 서서히 들어간다. 부르키나파소의 망고는 코트디부아르, 토고, 베냉 등 다른 주변국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에 수출할 정도로 품질이 좋고 종류가 많다.

부르키나파소의 망고 (사진=신주용)

한국에서는 동남아시아의 노란 망고만 먹어봤는데 부르키나파소에서는 망고 베흐(mangue vert), 망고 티미드(mangue timide), 망고 아나나(mangue ananas), 망고 그헤페(mangue greffé), 망고 마드모아젤(mangue mademoiselle), 망고 따흐(mangue tard), 꾸르바 꾸르바 등 다양한 종류의 망고가 있다. 망고들은 각각 나오는 시기가 다르고 맛도 다양하다.

3월 초 망고 비(Le pluie des mangues)가 내리고 나면, 시장에서는 망고 베흐를 먼저 만날 수 있다. 한국어로는 초록 망고인데, 단맛보다는 신맛이 강하다. 향도 거의 없고 수분도 많지 않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당도가 높은 망고들이 나온다. 망고 아나나는 한국어로는 파인애플 망고인데, 망고 중 가장 크다. 반 개만 먹어도 든든했기 때문에 정전되어 상을 차리기 어렵거나, 입맛이 없을 때 파인애플 망고를 자주 먹었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망고 그헤페와 망고 마드모아젤은 독특한 향 때문에 한인 사이에서는 인기가 없었다. 한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망고는 망고 티미드와 꾸르바 꾸르바였다. 크기는 작지만 달콤하고 뒷맛이 깔끔하다. 그래서 과일의 도시라 불리는 보보로 출장을 갈 때면, 현지인과 한인들 선물로 망고 그헤페 한 상자와 망고 티미드 한 상자를 사서 와가두구로 올라왔다.

한 상자 가득 사면 어떻게 흥정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한화로 3000~6000원 정도 한다. 한국에서 4개를 만원에 파는 걸 보면 부르키나파소의 크고 저렴한 망고가 그립다. 

부르키나파소의 망고 (사진=신주용)

저녁 정전 때마다 망고를 한 접시 준비해서 밖으로 나갔던 일이 떠오른다. 현지인 친구들도 더위를 피해 밖으로 나와 있어서 함께 망고를 나눠 먹었었다. 지열 때문에 여전히 밖은 더웠지만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에 행복함을 느끼고,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다 보면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토요일 한글학교 때도 아침부터 41도가 넘는데 정전으로 수업하기가 어려울 때도, 함께 달콤한 망고를 먹으며 수업을 진행하였다. 열악한 환경을 달콤한 망고로 이기던 그때, 사실 함께 먹은 사람들과 그들과 나눴던 대화가 더 큰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정전과 더위가 아니었다면 집안에서 에어컨을 쐬며 보냈을 저녁 시간. 그랬다면 망고가 이렇게 그립지 않았을 것이다.

부르키나파소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3~5월을 추천하고 싶다. 날씨도 덥고 정전과 단수로 가장 열악한 시기이지만, 부르키나파소와 가장 친해질 수 있는 시기라 생각한다. 달콤한 망고가 그 환경을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