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보건복지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의 일부. 정부는 사우디 아라비아 특화 제약단지 건설을 2000억원 규모라고 홍보했다.

[뉴스인] 마소연 기자  = 지난 2014년부터 정부가 2000억원 규모라고 자찬했던 사우디 아라비아 ‘특화 제약단지’는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첫 발도 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무산이라며 보여주기 식 ‘빈 껍데기’ 성과 자랑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014년 6월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약사 SPC(Sudair Pharmaceutical Company)와 ‘한-사우디 특화 제약단지’를 조성하고 국내 제약사가 항암제, 수액제, 바이오시밀러, 순환기치료제 등 생산공장을 5년 안에 짓는다는 내용의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산정한 MOU의 경제적 가치는 약 2000억원이다.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은 지난해 4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2000억원 성과는 JW중외제약에서 1500억원, 비씨월드제약에서 500억원의 수익을 낼 것을 고려해 산정된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PC가 당초 요구했던 ‘항암제 공장’을 짓기로 했던 일동제약은 정식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 중 의견 차이로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턴키(Turn-Key) 방식으로 수액제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던 JW중외제약 역시 정식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MOU 이후 아직 정식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며 논의 중이다”라고 확인했다. 구체적인 내용 역시 정해진 바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난해 MOU를 체결했던 수액제 공급계약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JW중외제약은 오는 2020년까지 2500만 달러(한화 290억원) 가량의 수액제를 수출할 계획이다.

지난 2014년 6월 세종시에서 보건복지부 문형표 장관(왼쪽)과 SPC 알 오바이다(Dr. Yasser Al Obaida) 사장이 '한-사우디 특화 제약단지'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진= 보건복지부 제공)

지난해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해 의약품 수출 MOU를 맺었던 비씨월드제약과 보령제약, 종근당 역시 정식계약을 체결했다.

비씨월드제약은 지난해 3월 SPC의 계열사인 알 오술(Al Osool Medical Co.)과 순환계의약품 등 17품목과 NDDS(New Drug Delivery System) 제품의 완제 수출과 기술이전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5월 마사르 메디칼(Masar Medical)과 5년 간 512만 6087달러(한화 6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했으며 보령제약은 11월 SPC, 알 오술과 항암제 등 6품목에 대한 생산기술이전‧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기술 이전 계약금액은 14만 달러(한화 1억 5000만원), 5%의 로열티를 받게 되며 공급계약금액은 635만 달러(한화 75억원)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25일 취임 후 24번째 출국을 앞두고 있다. 박 대통령은 166개사 169명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아프리카 3개국과 프랑스를 방문한다.

지난 이란 순방 당시 청와대는 52조원 규모의 수주계약을 체결한다며 ‘잭팟’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에 불과하다. 정식계약을 맺기 전에 서로 양해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 교환하는 것이다.

2000억원 규모의 '한-사우디 특화 제약단지'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첫 삽을 뜨지 못한 채 MOU 체결 상태에 머물러 있다. 'K-Pharm', 제약 한류를 부르겠다던 당초 계획과 달리 진행과정과 실제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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