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빈 2014년 作 'adam with eve', 순지5배접, 동양채색.

[뉴스인] 헬레나 유 = 최근 정우성 김하늘 주연의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가 개봉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 그리고 그 남자를 변함없이 사랑하는 여자. 이러한 다소 진부한 소재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대중은 여전히 사랑이야기 그리고 멜로라는 장르에 열광하며 여하간의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사랑’이라는 테마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 자칫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대중이 늘 꾸준히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소재이다.

예술 작품에 ‘사랑’이라는 테마를 도입했을 때도 마찬가지인데, 이처럼 보편적이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주제에 본인만의 색깔을 입혀 나타내고 있는 작가가 있다. 바로 한국의 전통적인 재료를 활용해 서양화와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한국화가 고아빈이다.

고아빈 2015년 作 'kiss kiss kiss', 순지 5배접, 동양채색.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점은 유화, 아크릴 작업을 한 작품 혹은 전통 수묵화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재료의 질감이었다.

처음에는 밝은 느낌의 서양화를 패러디한 동시대 신진 작가의 작품이라는 인상을 받았지만, 작품을 자세히 볼수록 따뜻하면서도 순수한 느낌을 주는 한국적 색감이 눈길을 끌었다.

예술가로서 오래도록 작업할 수 있는,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필수 조건을 들자면 다른 이들의 작업과 극명하게 차별화될 수 있는 점일 것이다.

고아빈 작가의 작업은 한국의 전통적 재료 및 이미지와 보편적 주제인 ‘사랑’을 결부시켜 동시대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기타 작가들과 구분되는 특장점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변화하고 있는 한국적 미감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춰 고민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러한 부분에서의 답을 찾기 위해 정통 진채화 방식을 고수하며 여느 다른 물감으로는 표현해 낼 수 없는 한국적인 색감을 나타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고, 행복을 느끼게 하면서도 위트가 넘치는 작품을 많이 남기는 작가로 남고 싶다는 고아빈 작가. 동시대 한국 작가로서의 그녀가 해외 무대에서도 그녀만의 고유한 한국 채색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고아빈 작가의 작품이 의미하는 것

'adam with eve'(아담과 이브)는 남녀의 순수한 첫 만남의 순간을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아담과 하와를 모티브로 삼아 작업한 것이다. 성화와는 다르게 아담과 이브를 4~5세 가량의 유아로 표현한 것은, 그들의 순수성을 더욱 부각하기 위한 장치이다.

'kiss kiss kiss'(키스 키스 키스)는 구스타브 클림트의 'kiss'(키스)를 패러디한 작품으로, 사랑에 빠진 찬란한 순간을 한국적인 소재와 표현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연작은 모두 소소하고 일상적인 사랑의 모습을, 명화를 패러디하여 표현하고 있다. 특히, 작품 배경마다 있는 붉은 열매는 사랑의 결실, 사랑의 순수를 표현하며 작품의 주제를 뒷받침해주는 대표적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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