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마 콘서트 '정신나간 작곡가와 Kiss하다' 슈베르트 편

20일 '정신나간 작곡가와 KISS하다' 공연에서 토크를 나누고 있는 바리톤 정경 교수와 황순유 아나운서. 사진=민경찬 기자

관객들이 눈을 감는다. 소극장에 불이 꺼지고 멀리서부터 말 달리는 소리가 울린다. 웅장한 선율과 함께 성악가 바리톤 정경의 깊은 목소리가 퍼져나간다.

20일 저녁 8시 서울 마포구 폼텍웍스홀에서 열린 오페라마 토크콘서트 '정신나간 작곡가와 Kiss하다' 슈베르트 편은 '마왕'으로 시작했다. 마왕은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18세에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시에 음을 붙여 만든 곡으로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페라마 콘서트 세 번째 이야기의 키워드는 '첫사랑'이었다. 첫사랑에 실패하면서 인생이 뒤틀린 슈베르트의 이야기, 첫사랑의 대명사로 꼽히는 영화 '건축학개론' 이야기 등 오페라마예술경영연구소 정경 소장과 관객들은 자신의 에피소드를 드러내며 소통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거주 중인 표경옥 씨(59)는 자신의 첫사랑을 "마왕으로부터 지키고 싶은 내 전부"라고 표현했는데, 여기에는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남편 노영서 씨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어 관객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황순유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이어진 토크콘서트에서 정 소장은 '실비아에게', '봄의 찬가' 등 슈베르트의 곡뿐만 아니라 로버트 프란츠의 '헌정', 영화 '건축학개론'의 사운드트랙으로 사용돼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 등을 불렀다.

이 중 가장 압권은 모든 마이크를 끄고 오로지 정 교수의 목소리로 전한 '세레나데'였다. '세레나데'는 저녁에 연인의 창밑에서 노래하거나 연주하는 음악을 가리키는데, 슈베르트의 곡에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애잔하고 슬픈 감정이 드러나 있다.

가난했던 슈베르트는 첫사랑인 테레제 그로프가 아버지의 압박으로 제과공에게 시집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 악보를 그릴 종이가 없어 당시 나무로 돼있던 식당 메뉴판을 긁어 곡을 써내려갔던 그는 첫사랑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아픔으로 병을 얻기도 한다.

이어 슈베르트가 그의 친구이자 경제적 후원자인 쇼버의 시에 곡을 붙인 '음악에 부침(An die Musik)', 한 관객의 열렬한 신청으로 정 교수가 짧게 부른 '아베마리아' 등이 이어지면서 공연은 마지막까지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이어졌다.

김준형 폼텍웍스홀 대표(왼쪽)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편 정 소장은 이날 공연 말미에서 소극장 폼텍웍스홀 김준형 대표와의 약속을 관객들에게 공개했다. 내년부터 매달 1명씩 젊은 뮤지션 한 사람씩을 폼텍웍스홀 무대에서 데뷔시킨다는 것.

정 교수는 "매달 한 명씩 이 무대에서 젊은 뮤지션들이 나와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정경의 오페라마 콘서트가 순수 기초예술가들의 발전에 플랫폼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슈베르트는 1828년 11월 19일 31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그는 18세부터 곡을 쓰기 시작해 900여 곡을 만들었지만 죽기 전까지 가난하고 병약했던 젊은 음악가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200여 년이 지난 현재 슈베르트의 곡은 곧 젊은 음악가들의 데뷔 무대가 될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그는 자신이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만든 곡이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음악이 되리라고 생각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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