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부탄 사진전' 여는 홍상표 사진작가

▲ 8세기경에 세워진 '드락카포사원'은 절벽 한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는 현지인들만 아는 비밀의 사원이다. 트락카포사원의 절벽 꼭대기에는 오색의 깃발들이 한없이 바람에 춤추고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인류의 안녕을 위해 기도한다. (사진=홍상표 사진작가 제공)

"거대한 히말라야 산맥 끄트머리 지상 낙원으로 불리는 곳이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하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바로 부탄(Bhutan)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야 행복감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행복을 위해 서두르지도 많이 가지려 하지도 않으며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1위인 사람들을 담은 사진전이 오는 18~28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홍상표(45) 사진작가는 "손에 잡히지도 않는 막연한 것에 마음을 내주고 욕심 없이 사는 부탄 사람들을 보면서 행복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EBS 세계테마기행 '히말라야 전설의 왕국, 부탄' 편을 촬영하고 그들의 사진을 모아서 돌아온 그의 '여정(旅情)'을 16일 함께 들어봤다.

▲ 홍상표 작가는 16일 "욕심 없이 사는 부탄 사람들을 보면서 행복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민경찬 기자

그는 "아등바등 사는 한국과 달리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부탄이 신기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히말라야산맥 지대에 위치한 부탄은 한반도의 1/5의 면적을 갖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중국 티베트와 동·서·북쪽으로는 각각 인도면에 둘러싸여 있다.

"부탄은 전통 생활양식과 자연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제한했던 외국인 입국이 1970년대에서야 조금씩 풀렸고, 또 1990년대에는 부탄 내 여행사가 생겨나 이 여행사를 통해야만 부탄 여행을 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연간 7000여명으로 관광객을 제한하고 있다."

홍 작가는 "부탄에 가려면 '신의 초대장'이 있어야 갈 수 있다는 말처럼 부탄은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곳처럼 신비스럽다"고 이야기 했다.

"우연히 한 마을에서 소를 해체하는 장면을 봤다. 부탄은 불교 국가이기 때문에 도축을 하지 못하는데 마을 사람들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소를 발견해 고기를 분해하고 먹을 수 있는 부위를 동네 사람들끼리 나눠 먹었다. 주인은 1000만원이 넘는 소의 가치를 아쉬워하지 않고 오히려 웃으면서 사람들한테 나눠줬다."

홍 작가는 돈도 받지 않고 고기를 나눌 수 있는 소의 주인뿐만 아니라 부탄인들 대부분이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더 큰 선업을 쌓는 기회로 삼는다고 얘기했다.

▲ 부탄의 수도가 지정되기 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파로'에 위치한 '파로종' 사원이다. 17세기 무렵에 지어진 사원은 영화 '리틀붓다'의 배경으로 전 세계에 소개되기도 했다. (사진=홍상표 사진작가 제공)

"부탄인들은 불행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쉬워하고 욕심 부릴 것이 아니라 다음 생에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현생에서 선업을 쌓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그는 부탄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일화를 들려줬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마을을 벗어나지 않은 67세의 할아버지를 만났다. 이유를 들어보니 들짐승이 내려와서 논과 밭을 헤쳐 피해를 보느니 차라리 여기를 지키는 것이 나을 것 같다며 이렇게 사는 것이 좋고 전혀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홍 작가는 주어진 삶에 충실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며 미소 짓는 할아버지의 인간적인 모습을 비롯해 원형 그대로의 것을 사진에 담고자 했다.

"사람의 생활 모습, 왜곡되지 않은 모습, 연출하지 않은 가능한 그 사람의 사상이 녹아있는 모습을 담고자 한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늘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사람들은 경계하거나 또는 카메라에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을 이용해 연출을 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그래서 이번 작업은 사진을 찍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 작은 카메라 한 대로 촬영을 했다"며 "포켓 프린터를 가져가서 사진을 찍어 바로 인화해 현지인들에게 선물하니 정말 좋아했다. 또 그 계기로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 홍 작가는 16일 "사람의 생활 모습, 왜곡되지 않은 모습, 연출하지 않은 가능한 그 사람의 사상이 녹아있는 부탄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자 했다"고 말했다. 민경찬 기자

그는 사진을 통해 부탄 사람들이 왜, 어떻게 행복한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멋있고 아름다운 것을 찾아다니면서 찍는 것은 재미도 없고 그 때 그 자리만 가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사진에 대해서는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자연스러운 사람의 모습을 찍으며 사람 냄새, 땀 냄새 또 눈물도 느껴지는 모습들이 좋아 사람에 중점을 두게 됐다."

이번에 홍 작가가 준비한 사진전의 주제는 '여정(旅情)'이다. 여정은 두 가지의 뜻을 갖고 있는데 여행의 일정(旅程)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뜻 정(情)자를 넣어서 여행할 때 느끼는 정취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무슨 목적을 갖고 하는 여행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여행이 제가 추구하는 바이며, 여행을 하면서 내가 느낀 것을 사진에 담아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도 같이 체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

▲ 부탄에서는 바람이 지나는 곳 어디서나 경문이 새긴 깃발이 나부낀다. '다리싱'이라고 불리는 깃발에는 '만트라' 주문이 쓰여 있다. 부탄인들이 깃발을 세우는 것은 바람을 타고 흘러 다니는 영혼이 윤회의 주기로부터 벗어나 해탈의 경지, 부처가 되라는 의미다. (사진=홍상표 사진작가)

홍 작가는 다음에는 삶의 원형이 남아있는 곳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자본이 들어오면서 도심의 삶은 욕심을 부리며 본래의 모습이 변질된 것 같다. 조금만 시골로 빠져나오면 굉장히 순박하고 삶의 원형이 독특하고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는 모습들이 보인다. 그런 모습들이 잘 드러나 있는 중남미 중에서도 아주 깊은 브라질의 남쪽이 궁금하다."

더 나아가 홍 작가는 사진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 꿈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내가 좋아서 찍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야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한 두 사람이라도 내가 작업한 사진을 보고 영향을 받아 마음이 따뜻해지고 사람 중심의 인본주의적 가치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계속 작업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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