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②] '미래에서 온 남자' 데이비드 리 '쉐이커(Shakr)' 대표

2년간 대만,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히고 있는 동영상제작 서비스업체 '쉐이커(Shakr)'는 회사명을 영어 'shake(흔들다)'에서 따왔다. '흔들어서 바꾸자'는 모토에 한국을 뜻하는 'kr'을 붙였다.

▲ 자신이 심어놓은 상추 옆에서 작업하는 데이비드 리. 종종 상추를 따서 그 자리에서 우걱우걱 씹어먹기도 한다. 민경찬 기자 krismin@newsin.co.kr

고정관념을 흔드는 사람들이 모인 쉐이커(http://www.shakr.com)의 데이비드 리(David Lee) 대표는 반짝거리는 대머리에 티셔츠와 캐주얼한 바지, 운동화 차림을 고수한다. 회사 정원에 드러누워 업무를 보다가 직접 심어놓은 양상추를 그 자리에서 우걱우걱 뜯어먹는다. 익숙하지 않은 광경에 '헉' 소리가 났다. 자신을 '미래에서 온 남자'라고 칭하는 그는 유년 시절도 남다르다.

13살 때 업체를 홍보하는 웹 사이트 사업에 뛰어들며 캐나다 기업은행 회장 등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고, 기업 간 안 쓰는 부품을 교환하는 물물거래 프로그램을 만들고선 투자자에게 "10억 원을 받겠다"고 선포할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다.

한국 사회에선 '괴짜'일지도 모를 그에게 토익 자격증이나 높은 학점, 경시대회 입상은 아무 상관이 없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아주 체계적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지금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직원들한테도 졸업하지 말라고 하죠. 남들이 한다고 똑같이 하지 말고, 아예 다르게 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큽니다. 취직할 때도 내가 얻을 수 있는 것보단 내 재능을 어떻게 가치 있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실제로 데이비드 리 대표는 중졸이며, 쉐이커 직원 20여 명 중 대졸자는 네다섯 명뿐이다.

하지만 탄탄한 실력과 차별화로 NHN인베스트먼트, 포스코캐피탈, 페이스북 존 라거링 부사장, 미국 실리콘밸리의 신생벤처기업 투자업체 500스타트업(500Startups)으로부터 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 10월 아일랜드에서 열린 '웹 서밋 2014'에서 세계 100대 스타트업 CEO로 선정됐다.

그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자본이 기술 특화 사립 초등학교인 '얼트스쿨(Alternative Schoolㆍ대안학교)'에 몰리는 예를 들며 새로운 시각으로 교육에 접근할 때라고 전했다.

"미국에서 공교육보다 효과적인 학습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구글에 다니던 직원들이 얼트스쿨을 만들었습니다. 수학이나 과학을 배우는 일반 수업이 아니라 학생 개개인 특성에 따른 수업이 진행되죠. 특히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와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이 얼트스쿨에 1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건 큰 의미가 있습니다."

▲ 데이비드 리, 그의 손이 닿는 곳은 어디나 아이디어를 적는 노트이자 메모장이다. 민경찬 기자 krismin@newsin.co.kr
'열정'과 '실행력'을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는 데이비드 리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주체는 대기업이 아니라 소상공인"이라고 강조한다.

"소상공인이 건강해야 한국 경제도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20년 동안 소규모 가게를 운영해온 소상공인들은 시간도 없고 정보도 부족해 대기업과 경쟁하기에 힘든 부분이 있어요. 영세업체의 가치가 올라간다면 대기업의 독점 구조도 점차 나아질 겁니다."

다양한 국적의 전문가와 틈새시장 전략을 통해 시장을 넓히고 있는 쉐이커. '창조 경제'의 중심에 선 그에게서 미래에 대한 확신이 느껴졌다.

"PD가 직접 상인을 방문해 매장 촬영, 광고 제작, 홍보방법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비디오부스트'(http://www.videoboost.co/)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가능성이 있는 모두에게 기회를 주며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통로가 됐으면 해요. 미래에서 온 남자로서 단언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똑같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공평한 사회, 제가 만들 겁니다(This fairness problem end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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