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동영상제작업체 '쉐이커(Shakr)' 데이비드 리 대표

서울 서초동에서 인도요리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요즘 들어 웃음꽃이 피었다. 5분 만에 뚝딱 홍보영상을 만들어 식당 앞에 걸어놨더니 가게를 찾아오는 손님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동영상제작 서비스업체 '쉐이커(Shakr)'의 데이비드 리(David Lee) 대표(35)는 "대기업 위주의 콘텐츠가 많다(Only the wealthy tell their story)"며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했다.

▲ 데이비드 리 대표가 쉐이커 창업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민경찬 기자 krismin@newsin.co.kr
"텍스트나 이미지보다는 동영상 광고가 훨씬 이목을 집중시키는 시대인데, 돈 많은 대기업만 이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더라고요. 시간이 없고 돈도 없는 소상공인들은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일반인들이 질 높은 영상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전문가와 일반인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었죠."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을 뜻하는 '플랫폼(platform)'은 승객이 교통수단, 상권과 연결되는 공간이다. 쉐이커(http://www.shakr.com)는 디자이너가 만든 영상 디자인을 소비자에게 오픈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이다.

쉐이커를 이용하는 고객은 개인부터 식당, 자동차 전문점, 패션업체, 동네 꽃집까지 다양하다. 사용자가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그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5평 남짓한 작은 꽃집의 홍보영상이 맥도날드 CF에 이어 강남역 전광판에 광고된 적 있다. 고정 수요가 많지 않은 꽃가게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동영상 제작과정도 생각보다 간단하다. 쉐이커에 등록된 영상 템플릿(templateㆍ디자인 서식) 가운데 원하는 스타일을 고른 뒤 영상에 넣을 사진을 골라 업로드하면 끝. 5만~10만 원이면 영화 예고편 못지않은 작품이 5~10분 안에 완성된다.

현재 쉐이커에는 150여 명의 디자이너가 가입했으며, 850여 개의 템플릿이 등록돼 있다. 경쟁업체 템플릿은 100개도 채 안 되지만, 데이비드 리 대표는 한참 부족하단다. 템플릿이 적어도 1만 개 이상은 돼야 디자이너를 위한, 사용자를 위한 상생(相生)의 장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디자이너들이 본인 작품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는 개발자 위주로 이뤄지곤 합니다. 고정 수입 없이 프리랜서 생활을 하거나 일주일에 한 번만 집에 갈 수 있을 정도로 '갑질' 당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요.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학생, 교수, 강사, 직장인 등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주고 싶었어요."

소프트웨어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Adobe after effects)'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쉐이커의 디자이너로 활동할 수 있다. '공정한 사회(Social Fairness)'를 강조하는 데이비드 리 대표는 영상 제작으로 인한 수익의 70%를 디자이너에게 배분한다. 월 360여만 원의 꾸준한 수익을 내는 디자이너도 있을 정도로 참여자들에겐 반응이 좋다. 남는 게 없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껄껄 웃는다.

돈이 아니라 기회를 공평하게 분배한다. 정형화된 틀을 깨고 인생 제2막의 가능성을 창출한다. 새로운 시도로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가는 쉐이커의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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