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

▲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만난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이 지난 2월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민경찬 기자 krismin@newsin.co.kr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개최된 '2015 제8회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

오미자와 복분자, 딸기, 키위 등 새콤달콤한 과일이 들어간 전통주 칵테일을 본 외국인들은 연신 "예쁘다"를 외치며 눈을 반짝였다.

전통 막걸리에 고기ㆍ오이 등이 들어간 안주를 맛본 관람객들은 뜨거운 햇볕도 마다한 채 또다시 시식 행렬에 줄지어 섰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의 윤숙자 소장(67)은 '전통주와 전통음식의 만남'을 올해로 8회째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맥주ㆍ와인ㆍ양주 등의 인기가 월등히 높지만, 국내 전통주 소비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막걸리 소비량은 36만6470㎘로 2011년 40만8248㎘에 비해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이들에게 전통주는 차례 상에만 쓰이는 옛날 술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하지만 '먹어봐야 안다'는 말이 있듯이, 직접 보고 입에 대봐야 더 쉬워지는 법이에요. 쓰고 독한 증류주에 과일이나 탄산음료를 섞으면 도수가 내려가 마시기 편한 칵테일이 되고, 탁한 이미지인 막걸리에 복분자를 넣으면 달콤하고 부드러워 여성들에게 인기 있죠."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마크 리퍼트(Mark Lippert) 주한 미국대사와 리퍼트 대사의 부인 로빈(Robyn Lippert) 여사는 각종 전과 나물, 대구어포, 쌈, 떡 등으로 구성된 맛깔스러운 전통 안주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며 입가에서 미소를 거두지 못했다.

전통주 국내 소비가 늘고 나아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려면 전통음식과 함께여야 한다고 윤 소장은 강조했다. 프랑스의 와인과 치즈, 일본의 사케와 사시미, 독일의 맥주와 소시지처럼 우리 전통주에도 주종에 따라 어울리는 안주가 있다.

"선조들은 술이 몸에 해가 되지 않게 그 술과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을 함께 먹었습니다. 탁한 막걸리에는 담백하고 수분기가 있는 전이 어울리고, 약주나 청주 같이 맑은 술에는 안주가 진하면 안 돼요. 40도가 넘는 증류주는 갈비찜이나 너비아니 등 육류를 먹어 위를 보호한 다음에 마십니다."

▲ 민경찬 기자 krismin@newsin.co.kr
윤 소장은 전통주 발전에는 정부와 산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우리 것에 더 애착을 가지는 마음가짐이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떡 박물관, 궁중ㆍ혼례ㆍ향토음식, 전통주, 다도 등 전통음식을 연구하고 보급하기 위해 지난 1998년 문을 연 한국전통음식연구소는 지난 2008년부터 해외 대사관이나 한국 공관에 파견되는 전문 한식조리사들도 육성하고 있다.

윤숙자 소장 또한 '한식외교관'을 자처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백악관의 수석주방장이었던 샘 카스(Sam Kass)에게 삼계탕, 불고기 등 우리 전통음식 조리법을 전수했고, 지난 2월에는 직접 백악관에 다녀와 현재 수석주방장인 크리스 커머포드(Cris Comerford)를 만나고 왔다.

"샘 카스 주방장한테 연구소 10층에 있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먹여줬는데 입에 넣고 한참 음미하더니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샌드위치랑 햄버거만 먹지 않게 해야겠다고 했어요. 백악관에 갔을 때는 직접 만든 한과랑 공예품, 조각보를 전달했는데 미셸 오바마 여사가 고맙다는 편지를 보내준 거 있죠?"

한국 전통음식을 통해 한ㆍ미 외교를 하고 있는 그는 백악관의 조리사뿐만 아니라 주한 대사들의 마음도 쏙 빼놓았다.

"마크 리퍼트 대사가 축사에서 샘 카스 요리사가 저한테 한식을 배우고 간 걸 알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에 안 좋은 일도 당하셨는데 3개월 된 아기까지 데리고 와주셔서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그래서 로빈 여사의 손을 꼭 잡고 행사장 관람을 시켜드렸어요. 작은 일이긴 하지만, 이런 게 바로 교류이고 외교인 것 같습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 조리법 표준화 작업을 펼친 바 있는 윤숙자 소장은 미국 LA에 전진기지를 만들고자 한다.

"한식조리학교를 설립하려고 올해 미국 LA에 건물을 작게 샀어요. 지금 리모델링 중이고 내년 봄쯤 개업할 예정입니다. 한식이 고급화되고 있다고들 하는데, 아직 외국인들은 우리 음식이 고급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LA의 조리학교에서는 재미교포뿐 아니라 현지인을 대상으로 가르쳐 더 빨리 한식이 전파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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