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육군훈련소 긴 담장 너머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3주가 지났다. 집집마다 귀하지 않는 자식 어디 있으랴. 아직도 솜털이 남아있는 아들을 군에 보내고 마음을 졸이지 않는 어미가 어디 있으랴. 내 나라가 슬픈 분단국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이렇게 가슴 저리게 느끼는 것은 어리석게도 대한민국 군인의 엄마가 되고나서다.

세상이 좋아져서 육군훈련소 홈페이지를 통해 매일 편지를 쓸 수 있다. 제대로 받아서 읽는지, 무엇이 궁금한지 대답을 들을 수는 없지만 ‘내 아들 대한의 아들 사랑한다’는 글귀의 편지를 보낸다. 아빠에게도 동생에게도 편지를 보내라고 종용했다. SNS를 통해서 지인들에게 편지를 구걸했다. 많은 사람들이 너를 잊지 않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 

지방에 계시는 큰시누이로부터 바로 연락이 왔다. 컴퓨터를 못하니 대신 전해달라는 거다. 내용은 이랬다. ‘어쨌든 몸조심하고 괴롭히는 놈 있으면 고모한테 넘겨라. 고모는 하느님 외는 무서운 게 없는 사람이니까. 우리 조카 힘들게 하는 놈은 작살내줄 거다.’ 환갑이 넘은 큰고모의 응원가 치고는 상당히 과격하다. 과격한 만큼 파워가 느껴지니,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글자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다.

그리고 일주일 하고도 며칠은 더 지난 것 같다. 반가운 편지를 받았다. 고모의 응원가를 받은 그날 쓴 편지인 모양인데 논산에서 서울까지 이렇게 먼 시간이 걸린 모양이다. 그나저나 고모에게 전해달라는 말이 가관이다. ‘어디서 누굴 괴롭히지도 않겠지만 괴롭힘을 당할 놈은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란다.

눈물이 핑 돌면서 다부진 군복의 아들 모습이 떠올랐다. 든든하다. 어디서 보면 아주 험한 집안사람들이라고 흉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 말들이 오가는 가운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은 내가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는 사람이라서 그럴까. 병아리도 한 마리 손으로 잡지 못하는 놈이 부리는 허세에 마음이 놓이고 든든해지니 말이다.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