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정부가 ‘한의사의 X-ray·초음파·혈액검사 등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양방ㆍ한방 이원체계의 특성·국민의 요구·헌법재판소 결정을 종합 분석하여 정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한의사협회는 각 협회 회장들이 차례로 단식투쟁을 하며 극한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의협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은 의학에 대한 선전포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중대 사안"이라며 전면적 투쟁 의지를 천명하였다. 심지어 일부 의료계 인사는 한의사의 진료를 패악(悖惡)으로 비하하며, 이를 응징하기 위하여 한약재의 부작용ㆍ피해사례를 수집하는 약물센터를 만들어 한방을 제도권에서 퇴출시키겠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건강을 위하여 현대의학과 한의학 중 선택하는 것은 환자의 몫이자 권리이다. 자칫 두 협회의 투쟁은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 자신들의 자존심과 권익을 위하여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대의학은 의사들의 자체 노력으로 현재 의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ㆍ일본의 일부 유명 의료기관을 제외하고는 뒤지지 않는다. 또한 의료사업의 수익성 저하를 기꺼이 감수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사회적 의료보장제도를 실천하여 ‘의료의 낙원 대한민국’을 건설하였다.

우리나라 한의학은 허준의 ‘동의보감’, 이제마의 ‘사상체질의학’ 등 학문적 업적을 쌓으며 발전하여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통합의학(Integrative Medicine)은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창조적 융합이다. 현대의학과 검증된 전통의학의 결합은 보다 양질의 치료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되어 이미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침과 한약에 관심이 많다. 침은 골관절염과 더불어 구토 등 항암제 부작용에 효과가 있으며, 현재 말라리아 공인치료제인 아르테미시아(Artemesia)는 한약에서 추출한 약품이다.

국제 저명학술지 ‘Family Medicine’에 발표된 ‘Integrative Medicine at Academic Health Centers(Gillian Ehrlich 등, 2013)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병원에서 통증, 암, 여성건강을 중심으로 통합의학이 시행되고 있으며 주 시술은 침, 한약, 명상(선) 등이다.

‘The Consortium of Academic Health Centers for Integrative Medicine’에서는 통합의학을 “의사와 환자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전체로서의 인간에 초점을 맞추며 증거 중심으로 모든 분야의 적정한 치료방법을 동원하여 최상의 건강과 치유를 얻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이 컨소시엄은 2014년 현재 존스홉킨스(Johns Hopkins), 듀크(Duke), 조지타운(Georgetown) 의과대학, 메이오클리닉(Mayo Clinic)을 비롯하여 미국, 캐나다 등에 57개 회원이 있다. 이 컨소시엄은 '통합의학을 교육하는 의과대학들의 역량을 결집하여 최고 양질의 통합의학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대의학은 증거 중심으로 절대적 정확성을 추구하며 구조ㆍ질병 중심으로 공격적 진료로서 투약, 수술을 시행한다. 전통의학은 몸과 마음과 자연의 균형과 조화를 바탕으로 한다. 기능 ㆍ경험 중심으로 맞춤형 보살핌과 수동적, 방어적 예방으로서 침, 한약을 시술한다.

한의학이 오랜 세월 축적한 의학 정보는 현대과학기술로 발굴하면 우리나라가 신약·신의료기술에서 세계 의학을 선도할 수 있는 현대판 노다지 금광이다. 현대의학과 한의학은 서로 독립적으로 발전되어 왔으므로 경쟁이 아니라 조화로운 공존을 통하여 시너지의 극대화가 가능하다.

현재 환자들은 양방·한방에서 모두 진료를 받으며 스스로 통합의학의 혜택을 받고 있다. 정부 역시 통합의학에 관심이 크다. 통합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의협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의협은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 근거의 비판은 적극적으로 하되 ‘최고의 의술을 위한 의료일원화’의 담론화를 수용할 마음의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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