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국제시장' 포스터.
여기서 잠깐 나는 물음을 던진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진정 필요로 하는 리더의 모습은 무엇일까? 21세기는 하나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시대가 아니다. 중앙집권적 왕이 존재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다. 각계각층 다양한 가치관을 추구하는 집단이 존재하고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가운데 강력한 리더의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외치면서 한편으로는 각자의 이해와 권리를 고집한다. 

일본에서는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전국시대의 영웅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 세 사람에게 두견새를 선물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새가 울지 않자 각자 시를 읊었다는 이야기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으면 죽여 버려라 두견새(なかぬなら殺してしまへ時鳥)’, 히데요시는 ‘울지 않으면 울게 해 보겠다 두견새(鳴かずともなかして見せふ杜鵑)’ 이에야스는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리자 두견세(なかぬなら鳴まで待よ郭公)’라고.

이 이야기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서 200년이나 지난 후, 에도시대 후기 마츠우라 세이잔(松浦靜山)이 쓴 수필집 <갑자야화(甲子夜話)>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거니 이 글이 정말 그들의 글인지 훗날 만든 것인지 알 바 없지만 천하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보여준 세 사람의 리더십은 지금도 회자가 되고 있다. 사족이기는 하지만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츠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는 ‘울지 않으면 그것도 좋다 두견새(鳴かぬなら それもまたよし ホトトギス)’라고 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전국시대 혼란기를 정비하는 강력한 파워의 리더십은 통일의 초석을 다졌고, 지략과 전술의 리더십은 통일을 완수했다. 그리고 때를 아는 기다림의 리더십은 통일제국을 지키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렇게 차별화된 리더십이 천하통일이라는 대업을 이루었다고 그들은 인정한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마츠시다 고노스케의 ‘울지 않으면 그것도 좋다’는 어록이 따라다니는 것은 시대가 요구하는 또 다른 리더십을 말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 또 하나의 리더를 만났다. 1000만 돌파의 기록을 세운 영화 <국제시장>에서다. “월남에서 돌아온 새까만 김상사~”를 노래하면서 아버지를 기다리는 친구가 있었고,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 갔다고 자랑하는 파독간호사 이모를 둔 친구가 있었다. 그러니 국제시장의 ‘아버지’는 바로 나의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다. 역사의 굴곡 속에서 경제성장을 일군 그들의 힘든 역사를 딛고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가장’이라는 한 집안의 리더로서 평생 단 한 번도 자신을 위해서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 진보니 보수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족의 배를 굶기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은 미래를 살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이것이 그 시대 작은 리더의 몫이었다. 이런 리더들이 모여서 한 시대를 만들었고 미래를 약속했다.

세상은 바뀌었다. 생각이 다른 젊은 세대를 무시할 수 없다. 주름 가득한 얼굴의 국제시장 아버지는 한가정의 훌륭한 리더가 아니라 이제는 ‘고집 센 영감’으로 비칠 뿐이다. 경제성장을 무엇보다 우선했던 시대의 주역은 청년실업률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그들의 힘든 시간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것 역시 어려울 것이다.

리더는 시대에 따라, 가치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다. 21세기 우리가 원하는 리더를 어찌 한마디로 표현할 있을까. 그래도 나는 소망한다. 자신의 자리를 사심 없이 지킬 수 있는 리더를. 그래서 당당하게 소통과 화합을 말할 수 있는 리더를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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