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길홍 뉴시스헬스 논설실장 ghpark@korea.ac.kr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한 대형교회 목사는 "하나님이 공연히 이렇게 침몰시킨 게 아니다. 나라를 침몰하려고 하니 하나님께서 대한민국 그래도 안 되니, 이 어린 학생들, 이 꽃다운 애들을 침몰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 이어서 "'세월호(참사가) 해경 때문이다, 청와대 때문이다, 해수부 때문이다'고 비판 안 하는 데가 없다. 그러면 안 된다"라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노력에 대하여 비판하였다.

심지어 또 다른 기독교 지도자는 "가난한 집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제주도로 배를 타고 가다 이런 사단이 빚어졌는지 모르겠다"라는 막말로 희생자 유가족의 찢어져서 피 흘리는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어떤 목사는 "세월호 사고 난 것을 좋아할 사람은 좌파 종북주의자들만 제일 좋아하더라구요"라며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며 슬픔을 같이 하는 국민들을 종북 좌파로 매도하였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마태복음 11장 28 ,29)', 또한 '너희 중에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들에 두고 그 잃은 것을 찾아내기까지 찾아다니지 아니하겠느냐(눅 15:4)'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한 무리의 목사들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길 잃은 어린 양들을 조롱하고 핍박하였다. 이들의 무례함과 언어폭력은 다른 나라의 재난 희생자들도 모욕하며 그들의 비탄에 큰 상처를 더했다.

2005년 남아시아 대지진에 대하여 한 대형교회 목사는 '이교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라 해석했다. 2011년 일본의 쓰나미 재난으로 2만여 명의 사상자가 났을 때, 조용기 목사(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번 지진은 일본 국민이 하나님을 멀리한 것에 대해 경고가 내려진 것"이라며 기염을 토했고, 조 목사의 처남 김성광 목사도 "우상 많은 나라, 일본이 체질 개선을 하게 될 것"이라며 거들었다.

이들은 현실 정치에 대한 편향된 시각과 해바라기 근성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사탄, 마귀'라는 발언을 한 목사에게 벌금 300만원 형이 선고됐다.

기독자유민주당 전광훈 목사는 박원순 시장이 종북주의자가 분명하다며 "4년간 정치를 방관한 채 종북 좌파들의 농간에 놀아난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이고 "그 결과 국민들은 종북 좌파들의 허상이 만들어 놓은 거짓에 다 속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목사는 "(노무현이) 자살만 하면 범죄를 다 없애준다는 인식만 심어주고 말았다"며 방어 능력이 없는 망자를 모욕하지 않는 금기마저 아랑곳 하지 않는 비열함도 과시하였다.

일부 종교단체의 오늘의 모습은 공익법인이라기보다는 공해법인이다. 때로는 심각한 정신적 공해를 서슴없이 저지른다. 목사는 하나님과 성경을 팔기만 하면 남에게 정신적인 폭행을 가할 권리가 생기는 것인지 의아하다.

이들은 하나님보다는 부와 권력을 거머쥔 기득권층(旣得權層)을 찬양하고 경배하며 종노릇을 하는 기독교인(旣得敎人)이다. 부귀영화를 좆는 기회주의자이다. 그들이 전도하는 하나님의 뜻과 섭리는 기득권층의 뜻과 논리에 따라 언제라도 변절한다. 현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거짓선전과 왜곡도 마다하지 않는다. 돈과 권력 앞에서는 영혼뿐만 아니라 하나님도 서슴없이 매물로 내 놓는다.

이러한 언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긁어모은 부와 세금면제의 특권과 영화를 기득권과 영합하여 자손만대 누리기 위함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가 어려우니라. 다시 너희에게 말하노니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마태복음 19장 23, 24)'고 하셨다. 하지만 대한민국 일부 대형교회 목사와 장로들은 최상위 1%에 속하는 슈퍼부자들이다.

그들은 소왕국을 건설하였다. 목사는 왕, 장로는 귀족이다. 구원파 왕국이 한 예이다.

이들은 자신의 영토 확장을 위해, 자신만이 진정한 하나님의 사도라면서 상대를 '이단'이라는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며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 목사들은 성경의 추상적인 계시에 대하여 자신의 해석만이 진리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너무 교만해서 자신의 진리는 모두의 진리가 되어야 하고 동조하지 않으면 어리석게도 배도의 길로 달려가는 이단이고 사탄의 편이다.

예수의 부활을 믿는다면 한국 신흥기독교들의 교리를 어느 것이라도 못 믿을 것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들은 분명 하늘나라 에덴동산에서 하나님과 함께 누리는 영생의 특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세속에서의 부귀영화를 선택하였다.

아니면 처음부터 이들이 전도하는 하늘나라에서의 영생의 특권은 신도들의 돈을 갈취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는지 모른다. 카톨릭 교황 레오 10세는 1517년 성 베드로 성당의 증축을 위해, 인간의 죄에 대한 벌을 면할 수 있다고 신도들을 속이며 면벌부(免罰符)를 팔았다. 루터와 일부 제후들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종교개혁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신도들이 목사에게 열심히 헌금하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영생을 누리려는 간절한 소망 때문이다. 신도들은 자칭 주님의 사도에게 헌금을 하면 하나님 사업에 쓰이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기억하실 것으로 굳게 믿는다.

신도들은 목사 일가가 그 돈으로 재벌이 되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돈을 횡령한 그 사도들은 마지막 심판의 날에 불에 타 다 멸망할지라도, 자신들은 하나님께서 당신의 사업을 위해 헌금한 것을 기억하시고 예수 재림의 기쁜 날에 하늘나라에 함께 데려가실 것을 굳게 믿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종교와 양심의 자유가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따라서 그들이 어떠한 종교적·사회적 의식을 가지던 그들의 자유이다. 하지만 교회가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사랑해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이슈와 현실 정치에 개입할 의사가 있다면 먼저 서민경기가 외환위기 때보다 더 나쁜 이 최악의 시절에 길 잃고 헤매는 어린 양들을 위해 국가운영을 위한 연료인 세금부터 자진해서 내는 것이 도리이다.

종교인은 소득세를 안 내도 된다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국세청은 관행으로 세금을 면제하고 있다. 종교단체 역시 공익법인으로 분류돼 많은 세금이 면제된다. 더욱이 공익법인은 원칙적으로 돈의 사용내역을 세무당국에 보고해야 하지만 종교단체는 많은 경우 예외이다. 따라서 교회에서 걷는 헌금이 선교나 사회봉사 등 고유의 공익적 목적을 위하여 쓰이는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교회의 주차장도 종교시설로 인정돼 재산세나 보유세가 경감된다. 하지만 예수께서 가라사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22장 39)'하셨거늘 주차장이 텅 비어 있는 평일에도 성벽을 높이 쌓고 이웃 주민들이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다.

일부 교회와 사찰은 편법을 통해 매매가 이루어진다. 프레미엄은 돈 내는 신도 머리수를 세어서 정해진다.

교회가 타락하고 세속화돼 기득권에 아부하며 졸부의 꿈을 꾸는 공해법인에서 거듭나, 그들의 설교대로 "성경이 주는 가치관과 예수 그리스도의 삶에 비추어" 결정을 내리셔서 오늘날 소외되고 무거운 짐을 진 서민층에게 평안과 안식을 주시기를 기도한다.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