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양오행이론에서 각 계절은 목화토금수의 오행에 배속되는데, 여름은 화(火)와 토(土)의 기운과 연관되어 덥고 습한 날씨가 나타난다.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고 비도 많이 내리는 여름은 천지 만물이 번성하는 계절로 양기(陽氣)가 가장 왕성한 시기이다. 인체도 자연의 변화에 반응하여 더위를 식히기 위해 피부의 혈관이 확장되면서 우리 몸의 양기가 체표로 몰려 외부는 뜨거운데 내부의 오장육부는 차가운 '외열내한(外熱內寒)'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동의보감』에서도 '양기가 몸의 겉 부분에 떠올라 피모(皮毛)에서 흩어지면 뱃속의 양기가 허해지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에는 기(氣)를 보해야 한다'고 하였다.

여름에는 체표의 열을 내리기 위해 겨울철보다 4배 정도 많은 땀을 배출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인체 내부의 양기가 함께 빠져나가고 진액이 손상되기 쉽다.

무더위로 땀을 많이 흘려 체력 소모가 심한 상태에서 찬 음식이나 음료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체내의 양기가 더욱 상하게 되어 여름철 소화불량이나 설사가 자주 나타나게 된다. 몸속이 점점 차가워지면 소화력이 저하되면서 식욕이 떨어져 영양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쉽게 피로가 찾아오기도 한다.

다가오는 여름을 건강하게 지내려면 균형 있게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

날이 덥다고 찬 음식만 찾거나 식욕이 없다고 끼니를 거르지 말아야 하며, 보양식을 통해 차가운 속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땀으로 새어나간 기운을 보충하는 것이 여름철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닭고기, 장어와 같은 음식은 성질이 따뜻하고 양기를 보충해주는 보양의 효능이 있어 기운을 돋구어주고, 차가워진 내부를 따뜻하게 하여 비위를 튼튼하게 해준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하여 가장 더운 시기인 복날에 삼계탕을 즐겨 먹고 일본에서는 여름 보양식으로 장어를 찾는 풍습에는 나라마다 지혜로운 여름나기가 담겨 있다.

여름철 운동은 자외선 차단을 꼼꼼히 한 후,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함께 높지 않은 강도로 자주 휴식을 취하면서 해야 한다. 습기와 열기가 높을 때는 무리한 신체 활동을 삼가고 장시간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여름철 바람직한 샤워 방법은 미지근한 물로 전신의 긴장을 이완시킨 후 마무리만 찬물로 하는 것이다. 찬물은 몸의 열기를 식혀줄 뿐만 아니라 늘어진 모공을 수축시키고 피부 탄력 유지에 효과적이다.

충분한 수분과 비타민을 함유한 제철 과일도 여름을 이기는 데 제격이다. 한방에서는 열을 내리는 방법 중에 소변으로 열을 배출하는 방법이 있는데, 여름 과일은 이 방법으로 더위를 식혀준다.

여름의 대표 과일 수박은 이뇨작용을 도와 열을 내려주고, 수박의 당분은 쉽게 흡수되는 포도당과 과당의 형태로 되어있어 피로를 잘 풀어준다.

참외 역시 이뇨작용을 촉진하여 몸의 열을 내리는 데 효과적이며 비타민C 함량도 높아 갈증 해소 및 피로 회복에 좋은 과일이다. 아무리 유익한 과일이라도 지나치게 섭취하면 속이 냉해지고 무기력해지므로 적당량만 먹는 것이 좋다.

이번 여름에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이열치열을 생활화하여 속은 따뜻하게, 더위는 시원하게 날려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