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이 보호자 없는 '환자 안심병원'은 고령화·핵가족화 사회에서 꼭 필요한 정책이므로 많은 관심과 지지를 줄 것을 촉구했다. 이경호 기자 lkh@newsin.co.kr
"환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의료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병원이 의료의 질이 담보되어야지, 의료비가 싸다고 환자들이 찾진 않잖아요. 그래서 우리 병원은 '보호자 없는 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김민기(51) 서울의료원장의 말이다.

서울의료원은 입원환자들을 위해 '간병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김 의료원장은 서울시의 인건비 지원에 힘입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인력 확충을 단행했다.

환자들과 더 가깝게 마주하면서 역할범위가 넓어져 눈물·콧물을 짜내야 했던 간호사들을 위한 배려였다.

한 번은 90명을 모집하는데 440여명이 몰렸다. 김 의료원장은 '환자 안심병원' 제도로 그야말로 '생고생'하게 된 간호사직에 지원자 기피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뜻밖에 몰림 현상이 보여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김 의료원장은 이 제도가 하루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지를 여러 차례 촉구했다.

3일 김 서울의료원장으로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의 경영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김 의료원장과 일문일답.

-보호자 없는 '환자 안심병원'에 대해 설명하면.

"간병비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아요. 한 달에 180만원이면 적은 편이고, 보통 220만원에서 최고 280만원까지 듭니다. 문제는 보호자가 직장인일 경우 절반 이상이 휴직이나 휴가를 내야 합니다. 그 동안 보호자 없는 병원에 대한 요구는 참 많았고,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하긴 했는데 아무도 접근을 다른 방법으로 잡았던 것 같아요. 보건복지부는 시범사업을 2번 했었는데 보호자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간호인을 고용해서 비용을 대줬습니다. 이 사업은 돈이 많이 들고, 고용한 간호인이 의학적 지식이 있지 않아서 계속 실패했어요. 그래서 우리 병원이 서울시와 상의해서 간호사 중심의 간병서비스를 하게 됐습니다. 간병을 간호로 끌어들였다고 생각해요."

-간호사들의 업무부담이 커질 텐데 문제는 없는지.

"간호사들이 물을 떠 다 달라고 하거나 어디 주물러달라는 환자들의 요구에 많이 힘들어합니다. 지금은 보통 본인이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한참 동안은 시범사업인 데다 처음 시작한 거였기 때문에 거절을 못 했어요. 그 이유 중 하나가 다른 대형병원에서는 간호사 1명이 환자 12명을 돌보는데 우리는 간호사 1명이 환자 7명을 돌보니까 상대적으로 바쁘지 않은 거죠. 또 두 번째 이유는 열정과 사명감인데 우리 병원이 가진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처음이니까 해내야 하고, 실패하면 아무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울고불고하면서도 해낸 거예요. 장점은 환자에 대한 파악능력이 좋아지면서 의사가 회진을 와도 도망가지 않고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 있게 답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간호사가 전문가인데 전문가적인 일을 하기 시작하게 됐고, 자신의 직업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게 된 거죠."

-경력 있는 간호사에게 의사의 권한 등을 위임하는 방법은.

"반드시 필요하죠. 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에서는 전공의 숫자를 줄이잖아요. 전공의는 내과 전문의가 나오는 과정인데 전문인 수를 제한하려고 하다 보니 전공의(레지던트) 수를 줄이잖아요. 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병원은 많아졌는데 전공의를 줄이면 대체할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당연히 PA(Physician Assistant) 같은 게 필요한데 제도적으로 아직 뒷받침을 안 하는 것 같아요. 갈 길이 먼 것 같습니다. 저희는 간호사들이 희생하고 봉사하기 때문에 서울시의회와 보건복지부, 안행부에 지원요구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작년에는 간호사 기숙사를 하나 세울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고생하는 간호사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환자 안심병원'은 고령화 사회에 꼭 필요한 정책인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은.

"현재 한국은 노인도 많지만, 더 큰 것 중 하나가 핵가족화입니다. 1인 가족도 아주 많아요. 한 사람이 입원했을 때 다른 사람이 출근하지 않고 병간호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 아무도 '환자안심병원'을 나서서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지금 시범사업을 하고 있는 병원 중 한 곳은 성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부는 보호자 없는 '병원'이라고 하지만, 잘 보시면 '병동'인 경우가 있어요. 왜냐면 회의 때 이걸 전체적으로 확대하면 돈이 많이 들고, 간호사 취급도 못 해서 병동으로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우리 병원은 처음에 병동만 하다가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지원해준 덕에 병원 전체로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하는 일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간호사의 역할분담에 대해 회의를 했어요. 저희가 매뉴얼을 만드니까 다른 병원에서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만든 데하고 남의 걸 가져간 데하고는 차이가 있어요. 그래서 작년에 지방에 있는 의료원들을 비롯해 여러 병원에서 직접 찾아왔습니다. 이 제도는 환자에게 진짜 좋아요. 이게 잘 정착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통역 서비스로 외국인 진료에 적극적인데 의료관광의 대처 방법은.

"의료관광하고는 조금은 다른 것 같아요. 해외 환자를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서 국가적으로 품격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서울의료원 정문으로 들어오면 오른쪽 공간에 사람들이 앉아있는데 그게 '보듬센터'예요. 외국에서 온 노동자나 환자가 몽골, 베트남 등의 출신이기 때문에 영어를 잘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보듬센터에 계신 분들이 통역을 해줘요. 저희가 보듬센터와 MOU(업무협약)를 맺어서 여기에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들어오자마자 환자는 별로 안 보이지만, 보름센터는 눈에 바로 띄어야 하니까 거의 안방을 내주다시피 하고 있는 거예요. 환자가 너무 적으면 위치를 옮겨볼까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건강증진병원' 인증을 받았는데 앞으로 계획은.

"우리 병원은 굉장히 앞서서 세계보건기구로부터 건강증진병원 인증을 받았습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 병원이 하는 역할을 구분한 게 있더라고요. 저희는 병원의 3가지를 중요하게 보는데 '진료', '교육', '연구'입니다. 그런데 하나를 더했습니다. '지역사회공헌'이라는 걸 넣었어요. 지역사회공헌이라는 것들을 보면 병원이 치료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병이 생기기 전부터 하는 여러 가지의 예방사업도 지역사회에서 해야 한다는 것을 넣어놓은 거예요. 그래서 우리 병원이 건강증진병원으로 가는 형태인데 이것이 선진화되면 더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금연부터 시작해서 대사증후군 등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서울의료원이 이전하면서 기반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오다 보니까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면서 병원을 안착하는 방법으로 이것이 필요했고, 다행히 그런 것들이 잘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업을 계속 해나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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