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김홍선 전문위원.
【서울=뉴시스헬스】김연환 기자 = 전 세계적인 불황이 계속되면서 원 달러 환율은 1300원~1500원 사이를 맴돌고, 급격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치료재료를 공급하는 업체들은 치명적인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기기 업체는 그 동안 수 차례에 걸쳐 단행된 치료재료 상한금액 인하로 인해 급격한 수입감소를 감수하고 있는데다 최근 환율급등 탓에 원자재 및 제품의 수입비용 마저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상승하자 수입업체뿐 만 아니라 국내 제조사, 다국적 기업 등 이미 업체마다 구조조정, 인력감축을 단행하는 등 사활의 기로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필수 치료재료는 대부분이 건강보험 급여품목으로 상한금액 범위 내에서 업체가 적정한 가격을 정하여 병원에 거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환율상승으로 인하여 수입가격이 정부가 정해놓은 상한금액을 넘어서면서 업계가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병원거래가 끊기게 될 것을 우려하여 치료재료의 공급을 중단할 수도 없고, 지속적으로 병원거래를 유지하려고 하니 공급할수록 영업손실이 커짐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 업체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현실이다.

원/달러, 원/엔, 원/유로 등 환율이 급등하면서 상당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일부 필수적인 수술재료는 이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현재 정상적으로 수술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제품들도 올해까지는 병원이 그 동안 구입한 재료에 의존하여 버틴다고 하더라도 환율이 내년에도 이대로 유지된다면 수술재료의 정상적인 수급이 불가능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또한, 일부 의료장비업체들은 수입원가 상승으로 통관에 어려움을 겪어 의료기관과 약속한 기일에 장비를 설치해 주지 못하고 있는 가 하면, 일부 병원에서는 장비를 교체해야 할 시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비싸진 장비를 구매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교체시기를 계속 지연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환자들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는 피해를 겪고 있다.

환율로 인한 업체의 어려움은 수입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재료를 직접 제조하는 국내업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제조에 투입되는 원재료 대부분이 수입재료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경제상황은 IMF 사태 때 와 같이 한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이다. IMF 사태 당시에는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수입국의 회사들이 한국의 상황을 감안하여 가격을 조정하거나 수금 기한을 연장 하는 등 부담을 덜어주려는 지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요 수입국의 사정도 어려운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한국에 존재하는 단일 수업업체들만의 힘으로는 이 상황을 극복하기엔 턱없이 힘이 부족하다.

따라서 환율 등 경제 위기로 인한 의료기기 업체의 어려움이 현재 극에 달해있는 실정임을 충분히 파악하고, 이러한 업계의 어려움이 의료계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치료가 절실한 환자들이 이로 인한 이중고를 겪지 않도록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수 개월간 계속되어 온 환율로 인한 손실을 지금까지는 업체 스스로 근근이 견뎌왔으나 정부의 특단의 조치 부재로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료현장에서 치료재료의 공급 불가능 및 환자에게 수술 및 진료를 제공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3000여 의료기기 공급업체들은 이런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 후에야 때 늦은 정책적 대안이 제시되진 우려의 눈빛으로 보건복지가족부의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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