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경희대학교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전쟁, 사고, 자연재해, 고문 등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큰 사건을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하고 느낀 공포감을 지속해서 경험함으로써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질환을 말한다.

재경험은 일반적으로 악몽을 꾸거나 사소한 관련 자극에 그때의 영상이나 소리로 해석하여 공포감을 겪는 경우가 있다. 또한 땀이 많이 나고, 심장이 빨리 뛰고, 온몸이 굳어져 버리는 듯한 각종 생리적 반응을 겪기도 한다.

생명의 위협이 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자극을 회피하려고 하거나 앞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을 거라고 느끼게 된다. 심지어 자극이 없을 때조차 긴장이 심하여 집중하기 어렵고, 주위를 지나치게 경계하며 놀랄만한 일이 아닌데도 깜짝 놀라는 등의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이 증상들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 하게 될 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진단을 내린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30% 정도는 중등도 이상의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하게 된다. 신체적으로 본다면 팔다리가 잘려나가는 고통이라고 생각하면 되고, 그중에서 환각통이 지속되는 상태까지 가는 사람이 30% 정도라고 생각하면 비슷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외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 대비가 된 사회에서는 발생이 적어져야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이전의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등을 겪은 우리 사회에서 다시 한 번 '세월호 침몰 사고'라는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큰 사건은 그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고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직·간접적으로 목격한 국민 모두에게도 외상이 될 수밖에 없다.

눈앞에 있던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 나만 살아남아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 나도 언제든지 저런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 등 모든 것들이 개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본인이 어떻게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치료를 위해서는 일단 본인이 안전한 상황에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정서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충분한 지지 후 그런 일이 생긴 것을 비롯해 그런 상황에서 주위 사람을 구하지 못한 것이 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이 생기도록 도와줘야 한다.

외상을 재경험하고 과하게 각성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각종 신체 반응을 적절히 제어하기 위한 약물 복용이 필요하고, 스스로 조절하기 위한 각종 이완법을 교육받는 것이 좋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약물적 치료로는 선택적 세로토닌 흡수억제제(SSRI)가 우선으로 고려되고, 한의학적 치료로는 계지가용골모려탕 등 심신의 긴장을 완화해줄 수 있는 한약 물을 응용한다.

2013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침치료가 가지는 효과'에 대한 기존 연구들을 종합 분석한 논문에 의하면 침 치료는 인지행동치료(CBT)나 SSRI 복용과 비슷한 효과를 보고, 부작용이 대수롭지 않아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관리에 비교적 안전한 대안적 치료로 제시되기도 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사회적 안전망이 매우 중요하다. 큰 사건이 반복될 때마다 환자들은 다시금 과한 긴장과 재경험을 겪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또다시 장시간의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안전하다는 인식을 국민 개개인에게 심어줄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