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의태 박사
◇소방공무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심각한 수준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19%나 많이 암에 걸렸다는 연구보고서가 영국의 유력 의학잡지 랜싯(The Lancet)에 소개됐다.

화재나 구조현장에 출동한 소방공무원은 연기나 분진 등 유해물질과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요인들에 노출되기 때문에 각 종 질환에 매우 취약하다.

특히 끔찍스러운 사고 장면을 목격하고 수습을 하며 생명을 위협받는 과정에서 치유하지 못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기도 한다.

PTSD는 심각한 외상을 보거나 직접 겪은 후에 나타나는 불안장애를 의미한다. 질환은 사건 발생 1달 후 심지어는 1년 이상 경과된 후에 시작될 수도 있다.

PTSD에 이환된 환자는 의식이나 기억, 정체감, 환경 등에 대한 붕괴현상이 일어나거나 공황발작을 경험할 수도 있고, 환청 등의 지각 이상에 시달릴 수 있다. 연관 증상으로는 공격적 성향, 충동조절 장애, 우울증, 약물 남용 등이 나타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대구지하철 화재,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 대형사고와 크고 작은 화재와 사고 현장에는 늘 소방공무원이 생명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많은 현장을 경험한 국내 소방대원들의 건강관리와 PTSD 수준을 진단해 보고, 외국 사례를 비교하여 대응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소방의 현장 활동 업무는 화재, 구조, 구급업무로 나누어진다. 그중 구조업무는 화재, 재난․재해 또는 위급한 상황에서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며 신속하고 안전하게 구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현장은 항상 촌각을 다투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 하며 스스로의 안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소방방재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666명이 현장에서 부상을 당하고 35명이 순직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서울소방재난본부에는 특수구조단과 각 소방서에 23개 구조대가 편성되어 있다. 2012년 구조대의 출동 건수는 12만4887건으로 1만9679명의 인명을 구조하였다. 하루에 341회 출동을 하고 54명을 구조한 셈이다.

이렇게 잦은 출동으로 피로가 누적되고, 위험요소가 산재한 정돈되지 않은 사고현장을 최초로 대응하면서 직무 스트레스는 물론 신체적, 심리적 외상을 경험하게 된다.

◇서울 구조대원 PTSD지수 외국보다 10%이상 높게 나타나

2013년 2월부터 1개월 동안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구조대원 550명을 대상으로 사건충격정도와 PTSD수준을 파악하였다. 연구에 대한 신뢰도는 Cronbach α =.975로 높게 나타났다.

구조대원의 구성은 3년 미만인 신임 구조대원이 33%를 차지하고 있어 신임소방관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대원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지수를 분석한 결과 431명 중 139명이 PTSD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이는 연구대상자의 32.26%에 해당하는 수치로 전체 구조대원의 3분의1이 PTSD에 이환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조사 시점의 차이가 있지만 외국과 비교하면 미국 소방관 PTSD 발병률은 22.2%, 독일 18.2%, 일본 17.7%로 서울 구조대원의 발병률이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PTSD는 출동 횟수와 현장에서 경험하는 사건충격이 많을수록 높게 나타났으며, 질환을 앓고 있는 대원은 그 당시 감정이 되살아나거나 악몽에 시달리는 침습현상에 많이 시달리는 분석되었다.

이러한 증후군에 시달리는 대원은 정서적 탈진으로 이어져 출동업무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PTSD 위험군은 21세 이상 30세 미만인 신임 소방사 계급에서 가장 높은 분포도를 보이고 있어 신임 대원에 대한 적응을 도울 수 있는 대책과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소방관이 지쳐있다"

소방관 PTSD 관리는 일부 지역별, 업무별 학술연구 자료와 소방공무원 특수건강검진 자료를 정책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어 정확한 실태파악이 어려운 실정이다.

정확한 통계가 어려운 것은 소방업무 특성상 정신적, 신체적 강인함이 업무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관념과 질병에 대한 노출은 개인 신상에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계의 부정확성은 소방공무원의 PTSD 관리에 대한 정책개발을 어렵게 한다.

소방방재청은 소방공무원의 심리치료 및 검사진료비 지원과 심신건강 힐링캠프를 운영하고 있으며, 각 소방본부나 소방서별 전문병원과 협약을 체결하거나 순회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대책으로는 미흡한 실정이다.

미국과 일본은 일찍부터 PTSD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PTSD를 치유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대응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참사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처참한 현장에 다녀온 소방관은 의무적인 검사를 실시하여 정신과 의사와 심리치료사의 상담을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사망사고를 목격한 소방관은 3일 이내 정신과 상담을 받도록 되어 있으며 주마다 건강관리를 위한 보건센터 운영하거나 국립PTSD센터가 소방관뿐 만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기본법으로 소방공무원의 특수건강진단과 정신건강관리 등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명시되어 있지만, 경찰병원이나 보훈병원, 국공립병원 등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므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방공무원 PTSD 관리와 완화를 위한 틀은 크게 세 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소방공무원의 정확한 PTSD 실태파악이 우선이다.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재난심리지원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심리상담정보 센터 홈페이지에 소방관 전용 접속망을 구축하여 소방심리지원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비밀이 보장된 전용망에 접속하여 PTSD, 우울척도, 자살심리 등을 자가 진단하고 고위험군은 전문의 상담과 치료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연계성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 출동 업무의 부담과 교대 근무제의 근무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인력이 증원되어야 한다. 인력 증원 없는 3교대 근무제 추진으로 오히려 출동업무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어 신체적, 정서적 탈진감이 높아지고 있다.

셋째, 전문병원 설립과 개인안전 장비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 져야한다. 소방공무원의 건강을 관리하고 현장에서 부상을 입은 구조대원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소방 전문병원 설립이 절실하다.

국민들의 119에 대한 서비스 요구와 기대는 높아가고 있으며, 소방 업무도 생활구조지원을 하는 등 업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소방관이 건강해야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사명감 하나로 위험에 맞서기에는 소방관이 너무 지쳐있다.

※ 본 칼럼의 통계는 필자의 박사논문 ‘소방공무원 심리상태 분석 및 YET 심리상담 시스템’을 인용하였다.

◇필자 : 유의태(劉義泰)

◇학 력
▲동국대학교 대학원 생사의례학 석사
▲동방대학원대학교 교육학박사(소방 방재 IT전공)

◇논 문
▲석사 : 자살 보도와 자살율 변화의 상관관계 연구
▲박사 : 소방공무원 심리상태 분석 및 YET 심리상담 시스템
<연락처 : 010-8874-6542 메일 :  yt53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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