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방대학원대학교 장례지도과 전임교수 유재철 박사. 임나영 기자 iny16@newsin.co.kr
현대 상례는 일제강점기에 문화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각종 의례에 대한 규정,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전통 상례 문화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단편적 접근을 반영하는 정책적 과정 등으로 전통 상례가 가지고 있던 의미와 문화성을 탈색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상장례 문화에 녹아 있는 일제와 군사 문화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답습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 예로 상복과 상주표식, 행사용 꽃 리본 부착, 영정사진 검정리본 부착 등 성복의 문제점을 들 수 있다.

전통 예법에 상복은 엄격한 제도로서 예를 갖추어 슬픈 마음을 표현할 뿐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언행도 조심하여 함부로 하지 않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부모님이 살아계실 동안 지성으로 잘 모시지 못한 마음을 죄인처럼 삼베옷을 입음으로써 심리적 애통 상태임을 표현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일제는 총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복장의 표준화를 강제화했다.

의례준칙을 통해 상복에 담긴 의미보다 형식적 편리함을 강조하며 검은 옷을 장려했고, 상주의 표식으로 검은 천 완장을 착용하도록 했다.

1919년 고종 인산일에 고종의 죽음을 애도하며 전국에서 백의 상복을 착용함으로써 백의 착용은 일제에 저항하는 무언의 표시로 인식되면서 흑의 착용에 대한 총독부의 강압적인 권장이 더욱 강화됐다.

더욱이 1895년 을미개혁 무렵 공인된 양복이 1930년대부터 유행하고 상투가 사라지면서 백의 착용도 감소해 상복 풍속도 변화했다. 이후 상주의 상복은 굴건제복이 아닌 검정 양복으로 대체되어 정착됐다.

국가장의 사례를 살펴보면, 김구 전 임정주석과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고인의 종교성을 떠나 전통 예법대로 상주는 굴건제복을 착용했다.

그러나 장례 행렬에 참여한 국민들은 총독부의 의례준칙에 따라 두건과 검은천 완장을 착용하고, 운구 행렬시 작은 영정 사진에 검정 리본을 부착한 것으로 보아 일제의 의례에 대한 규제와 풍습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이후의 사례에서는 상주는 검정 양복으로 정착됐고, 여자는 흰색 한복과 검은색 한복 및 검정 양장이 혼용되다 최근에는 검정색 복장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상(喪)을 상징하는 색은 흰색에서 검정색으로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전통 상례에서 상주는 오복제도에 따라 성복을 하고 상주 자리에 서서 조문을 받는 것으로 상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상복과 일상복의 구분이 사라진 시대적 변화에 따라 특별한 표식 없이 일반인과 구분이 되었던 상주는 새로운 표식이 필요하게 됐다. 상주 표식으로 상장(喪章), 완장, 꽃리본 등이 등장했다.

베상장은 전통 상복인 굴건제복의 최(衰)와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다. 최는 길이 6치, 너비 4치의 삼베를 왼쪽 옷자락 앞의 심장 부분에 붙여 꿰매는 것으로 부모의 죽음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으로 눈물을 닦기 위한 눈물받이의 의미가 있다.

즉 베상장은 최의 현대적 변용이라 할 수 있다.

완장은 일제의 의례준칙에서 비롯한 것으로 완장의 착용이 권위의식이나 특권의식의 상징이 되었던 완장문화를 상례에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즉 상가의 책임과 권력을 상주에게 부여함으로써 외부에 상주의 존재를 알리는 일종의 표식으로 정착된 것이다.

또한 전통 예법에 부모상을 당한 자식이 머리를 풀고 곡을 하기 전 부상(父喪)에는 두루마기의 좌측 팔을, 모상(母喪)에는 우측 팔을 끼지 않는 좌단우단(左袒右袒)의 격식을 갖추고 시신 밑에 부복하던 것에 근거하여 좌우 위치를 달리해 완장을 부착하는 관습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상주' 꽃리본은 영결식과 안장식의 공식 행사에서 패용하던 '근조' 나 '애도' 꽃리본에서 착안한 것이다.

꽃리본의 유래에 관한 논의는 차지하더라도 상주는 상주로서의 역할을 위해 정한 것이지, 이름표가 아니므로 굳이 리본에 상주라고 표기해 이를 자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영결식과 안장식에서 상주가 '근조' 나 '애도' 꽃리본을 패용하는 것도 전통 예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근조(謹弔)와 애도(哀悼)는 제3자가 조문을 가서 상주에게 고인을 잃은 슬픔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상주가 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역대 국가장 성복 표. 오현진 기자 ohj@newsin.co.kr

국가장의 사례를 살펴보면, 상주 표식은 베상장, 천완장과 베완장, 상주꽃리본 등 통일성을 찾기 어려웠다. 나비 모양의 베상장과 완장이 혼용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편의적으로 완장을 착용하고, 여자는 머리에 흰리본 핀을 부착하는 경향을 보였다.

완장은 검은천과 흰천이 혼용되다 삼베에 검은 줄의 개수로 관계의 친소(親疎)를 표현하는 현재의 완장으로 정착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 국가장에는 상주의 좌측 가슴에 '상주'라고 표기된 꽃리본을 착용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기존 국가장 사례에서 대통령령으로 명시한 상복과 상장을 제대로 착용한 사례가 없었다. 국가장의 성복에 대한 논의는 상복의 색상 선택보다 상복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국가적인 상징성을 부각시켜 기준안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사료된다.

더욱이 국가장 영결식은 전세계적으로 보도되어 한 나라의 문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므로 우리 민족의 독특한 죽음 의례 문화를 함유할 수 있도록 성복의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박사논문 <한국 국가장에 관한 연구>에서 상주는 흰색한복과 흰두루마기를, 여자는 흰색한복과 흰당의를 착용하고, 좌측 가슴에 베상장을 부착하는 것을 제안했다.

더불어 영결식에 참석한 조문객은 남자는 검정양복과 검정넥타이를, 여자는 검정 또는 흰색 옷과 좌측가슴에 꽃리본을 착용하며, 꽃리본의 상단은 소색으로 디자인한 원모양으로, 하단 리본의 문구는 우측에 '국가장', 좌측에 '애도'로 작성할 것을 제안했다.
 

저작권자 © 뉴스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